향수 브랜드인 THE DIALOGUE는 물과 관련된 모습을 그래픽에 적용시켰습니다.
흔들리는 사진, 요동치는 물결 모션, 온통 푸른색이 가득한 색감 사용은 마치 깊은 물 속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원하면서도 심연을 보는 듯한 제품 배경은 제품을 부각시키기 충분합니다. 어쩌면 깊은 향수의 후각적인 감각을 최대한 시각적으로 풀어내려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레인 질감이 가득한 사진은 모델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습니다. 거기다 생동감 넘치는 색감보다는 춥고 냉한 기운이 감도는 컬러로 모델을 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기괴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방식일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면모가 브랜드에 한번 더 시선이 가고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이뻐야만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체와 로고는 심플하고 모던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쓴 레이아웃은 상당히 실험적인 요소가 다분합니다. 특히 대문자만 쓴 것도 그렇구요. 물론 중간에 소문자를 사용한 부분이 있지만, 그건 정말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독특한 중앙정렬이 된 글 역시 브랜드 경험을 선보이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작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이 브랜드는 사진이 주는 느낌이 강렬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브랜드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은 로고를 만들고 모션을 만들고 파생되는 여러 편집, 패키지 디자인을 만드는 것도 포함하지만, 어떻게 사진을 촬영하고 보정해야 할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작업물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이쁘다는 느낌이 들진 않습니다. 디자인 자체는 모던하고 심플함 그 자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만 거기에서 일반적인 레이아웃이나 글 배치를 파괴하였고, 가독성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위험에서도 정면돌파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브랜드의 통일성 있는 느낌으로 간지있는 레이아웃을 완성한 거 같습니다.
이 실험적인 디자인을 받아줄 수 있는 회사가 있을까요? 전체적인 느낌은 정말 독보적이지만, 하나 하나 뜯어보면 말도안되는 파괴가 일어난 작업물입니다. 하지만 브랜딩이란 이런 난해함 속에서도 브랜드의 느낌을 끄집어 낼 수 있고, 그 난해함이 오히려 브랜드 컨셉이 되서 일관성을 주고 있다면 이런 모든 것들이 브랜딩의 경지가 한단계 더 올라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 이런 작업물들을 보면 에프엑스의 핑크테이프 음반의 컨셉 포토들이 떠오릅니다. 독립영화적인 느낌은 빈티지함을 더하고 세련미와는 거리가 먼 부분(부정확한 초점, 날아간 색감 등)이 많음에도 오히려 왠지 느낌있다는 말 하나로 나름 아이돌 팬덤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표현 방식이었습니다.
The Dialogue – Perfume :: Beh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