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시대에서 디자인 씽킹이 중요한 이유


바야흐로 우리는 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빅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데이터를 어떻게 정제하고 활용하는지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디자인 영역도 여지없이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예외가 되지 않았다. 특히나 UX 분야에서는 일찍이 데이터를 통해서 사용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계속 진행되어 왔고, 이제는 데이터 없이는 각종 회의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양적 연구가 중요해진 요즈음, 질적 연구와 같은 정성적인 연구는 불필요해지게 된 것일까? 한동안 디자인씽킹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었다가 UX 시대가 되면서 약간은 주춤했다가 최근에 다시 디자인씽킹과 같은 정성적인 방법론이 재조명받는 것으로 보여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인간은 사고를 할 수 있는 동물이다. 디자인씽킹은 특히나 사고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디자인사의 변천에 따른 디자인 씽킹의 중요성

우선 디자인의 역사에서 디자인 씽킹이 중요했던 시기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디자인은 시대가 달라지면서 점점 중요한 역량들이 변해왔다. 디자인이 대두되기 시작했던 시기는 산업혁명 이후 산업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 이후 할리우드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광고, 영상, 그래픽 디자인이 주목받았고 당연히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각디자인 시대가 열리게 된다.

산업혁명 때부터 할리우드 시대까지 시각/산업 디자인의 발전이 있었다.

그 이후 경영학의 시대가 열리면서 많은 인력이 해외로 MBA를 수학하기 위해 떠나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수많은 기업이 MBA 출신들을 선호하였다. 이 물결을 타서 디자인 경영, 디자인 씽킹도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사람이 경영학을 공부하였는데 그중 신기한 분야가 하나 있었다.

ROI (Return on Investment)가 불명확한 영역에서 성공을 이뤄낸 분야가 있었다. 바로 디자인이다. 대체 이 디자인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비즈니스 성과를 이뤄내는 것일까?

많은 클라이언트가 디자인을 경영에 접목한 디자인 경영에 투자하기 시작하였다. 측정되지 않는 정성적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디자인의 영역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을 보고 경영자들은 호기심에 가득했다.

몇몇 기업에서 디자인 경영으로 성공하자 디자인 경영학은 급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 이전 시대까지는 일부 유명 디자이너를 제외하고는 디자이너가 기획에 참여하기 어렵거나 클라이언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역할을 했었다.

디자인 경영은 이러한 현실에 불만이 있던 디자이너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를 보여준 사례이다. 디자인이 비즈니스 성과에 크게 기여하는 것을 학문적으로 혹은 실무적으로 증명해냈고 그것을 이론화하여 클라이언트를 설득하였다.

또한, 이때 디자인 씽킹은 비즈니스 가치를 한층 높이는 디자이너의 사고력으로서 알려지면서 디자인 경영의 보급에 큰 힘이 되기도 하였다.

디자인 경영은 더 실용적인 디자인 전략, 서비스 디자인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고 경영자들도 디자인 경영에 대해 숙지하면서 ‘디자인 경영’의 실용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디자인 경영은 레첼쿠퍼, 브리짓모르자데 모조타 교수님에 의하면 3단계로 나누어지며 여러 전략으로 확장되어 기업의 성격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실생활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던 사례가 있었고, 순식간에 데이터 시대가 되면서 요즘에는 디자인 경영의 전문가가 많이 양산되지 않은 현실과 맞물려 트렌드가 갑자기 바뀌었다.

그래서 디자인 경영도 단순히 이론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나 프로덕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제안하기 시작하며 진화했다. 그게 바로 서비스 디자인, 그리고 디자인 전략이다.

Data-Driven UX를 요즘에는 DDUX라고 부른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경영학의 트렌드가 지나 데이터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경영학은 당연히 비즈니스 시장에서 기본이므로 모든 기업에서 기초 학문으로 수학하고 있는 영역이다. 사실 데이터도 엄연히 경영전략 중 하나이다. 데이터는 인간의 인사이트에 기초했던 의사결정 과정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그래서 빅데이터 같은 거시적인 분석도 기술력의 향상으로 가능해졌다.

모바일 시대가 창궐하면서 UX의 물결이 있었다. 어찌 보면 웹 디자인이 확장된 형태이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특히나 언택트 시대와 맞물리면서 UX 디자이너의 가치는 더욱더 높아졌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 만큼 공급도 늘어난 것도 한몫하여 지금은 이 시장도 포화 상태이기는 하다. 그래도 UX 디자이너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속 시장을 창출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스터디하는 디자이너들은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본다.

요즘에는 데이터 기반 UX라고 해서 DDUX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그만큼 이제는 데이터 없이는 아무런 설득이 되지 않고 각종 회의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예전처럼 디자이너의 인사이트에만 의존하기에는 이제는 그 힘이 많이 빠졌다. 그래서 디자인 씽킹도 같이 힘을 잃었었다. 예전에 데이터 분석 기술이 없을 때만 하더라도 인간의 인사이트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성적인 영역도 훌륭하게 설명해내는 경우도 많다.

알리바바에서는 이미 하루에 몇만개의 디자인 배너를 만드는 AI를 개발했다

데이터 시대와 맞물려 AI의 시대도 우리는 함께 하고 있다. 이미 AI의 능력은 디자인 영역에서도 입증되었다. 알리바바에서는 클릭 하나로 배너 디자인을 하루에 몇만 개를 양산해낼 수 있고 의류 시장에서도 AI 가 하루에 몇백 개의 옷들을 3D 프린터로 시안 제작을 할 수 있다. 최근에 어떤 기사에서는 그동안 알려져 왔던 유명 디자이너가 사실 AI라는 사실이 밝혀져 큰 충격을 주었다. AI는 기존 데이터를 분석하여 자신만의 결과물로 창출해내는 어마어마한 어떤 ‘것’이다.

나보다 디자인을 잘하는가 휴먼!

AI가 잘못하고 있는 것

그러면 디자이너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인가. AI가 하루에 만들어내는 시안 중 괜찮은 것들만 뽑는다고 해도 몇십 개일 텐데 그것을 인간이 물리적으로 따라가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AI가 못 하는 것이 있다. 아니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을 디자인 씽킹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실 모든 데이터는 인간의 산물인데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낸 AI의 행보는 인간의 민낯을 드러낸다.

출처 (영국남자 유튜브)

영국남자라는 유튜브에서 이야기한 내용인데,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선생님들이 알고리즘에 의존하여 성적표를 매긴 적이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를 못 가는 상황인데 그 시기에 여름학기 시험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시험을 보지 못했고, 성적표를 매기는 방법을 AI에 맡겨버린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A를 받을 거라고 예측한 학생들이 AI는 C를 주었다. 그리고 그때 근거로 삼은 데이터가 ‘가난한’ 학교에 다닌 이력 때문이었다!

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5분 56초에서 확인하세요)

그 외에도 미국의 모 도시에서 범죄 가능성을 AI가 조사한 사례에서 특정 성별이나 인종을 타깃으로 더 안 좋게 평가한 사례들도 큰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다.

이렇듯 AI가 똑똑하지만 ‘윤리적인’ 문제가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고, 최근에는 ‘AI 윤리’에 대한 많은 연구 및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디자인 분야에서도 ‘윤리적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성적인 문제 해결 방식인 ‘디자인 씽킹’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

로저 마틴의 지식생산필터 이론은 AI의 알고리즘과 유사하다!

놀라운 점은 디자인 씽킹의 거장으로 불리는 분 중 한 분인 ‘로저 마틴’ 교수의 저서에서 지식생산필터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이 AI가 알고리즘화 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현상을 파악하고 공감한 다음에 그 안에서 경험 규칙을 찾아내고 보편화된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AI도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알고리즘을 구성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디자인 씽킹’은 아직 인간의 인사이트를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나 AI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윤리적’ 문제를 디자인 씽킹은 해결할 수 있다.

디자인 씽킹 저서를 읽다 보면 데이터 시대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느껴진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런 불완전한 존재가 만들어낸 데이터를 그대로 AI는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것이 희망이고 데이터 시대에서 인간의 생각과 인사이트가 더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디자인 씽킹은 그저 빛…!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과 유관된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현실이 되어버린 데이터 시대에서 특히나 ‘디자인 윤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앞서 설명한 AI의 모순이 디자인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으로 문제 해결을 하는 디자인씽킹의 속성은 이러한 영역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THIS.는 Do Something Meaningful이라는 슬로건으로 의미 있는 디자인 활동을 하는 디자인 커뮤니티입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비핸스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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